[유영안 논설] 계엄령,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
우연일까, 윤석열이 졸업한 충암고 출신들이 국방부 및 정보 라인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윤석열의 충암고 1년 후배인데, 이태원 참사에도 물러나지 않고 아직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용현은 충암고 1년 선배고, 방첩 사령부(옛 기무사) 사령관은 1년 후배다. 군대의 모든 전파를 관리하는 777부대 사령관도 충암고 1년 후배다. 공료롭게도 계엄령을 건의할 수 있는 곳이 국방부와 합참이고, 계엄을 실행하는 곳이 방첩대다. 이게 우연일까? 이러다간 계엄 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 되지 않을까?
국방부 및 군 정보라인 장악
그중 김용현은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있다가 이번에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는데, 신원식과의 파워 싸움이란 지적이 일었다. 신원식은 안보실장으로 갔다. 10월에 있을 군 인사 개편에서 배제된 것이다. 따라서 10월에 완벽하게 친위체제가 구축될 거라 야당은 전망하고 있다.
헌정사상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이 되는 것은 처음이다. 김용현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해 용산에 있는 국방부를 사실상 다른 곳으로 내보냈고, 합참은 아직도 더불살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합참이 같은 곳에 있으면 유사시 불리하다. 김용현은 세 번의 ‘입틀막’ 사건을 일으켰으며,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야당을 중심으로 계엄령 선포의 포석이란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이 김건희의 주가조작, 명품수수, 해병대 수사 개입, 마약 수사 개입, 친일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20% 초반으로 폭락하고 갈수록 탄핵여론이 높아지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엄령은 무엇이며, 선포 조건, 해제 조건은 무엇일까?
계엄령의 정의와 선포 조건
계엄령이란, ‘전시나 사변, 재난발생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에서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어려울 경우, 대통령이나 국가 원수가 입법·사법·행정의 권한을 독점하고 군사력을 이용하여 사법과 치안을 유지하는 긴급조치’를 말한다. 대통령중심제의 정치체제에서 계엄선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계엄령은 전국적으로 선포될 수도 있고, 지역을 한정하여 선포될 수도 있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에서는 계엄사령관이 사법과 행정의 모든 권한을 갖고 계엄 사유가 해제될 때까지 치안을 유지한다.
계엄의 요건은 나라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국가 질서의 유지가 어려운 국가적인 재난, 질병, 폭동, 내란, 반란, 전쟁 등을 그 요건으로 한다. 때로 한 국가 권력의 주체가 비정상적으로 바뀌거나 한 국가를 정복한 다른 국가의 정부에서 군사력을 이용하여 통치할 경우 계엄령을 선포하여 기존의 헌법과 법률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경우도 있다.
계엄의 종류
계엄의 종류는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뉜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계엄령의 해제
대통령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자치부장관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된 경우에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해제를 건의할 수 있다.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며, 만일 국회가 폐회중일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집회를 요구하여야 한다. 이 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하지만 법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계엄사령관 역할
계엄령에 의해 계엄지역을 통치할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국방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계엄사령관의 계엄업무를 시행하기 위하여 계엄사령부를 둔다.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계엄사령부의 장이 된다.
계엄사령관은 계엄의 선포와 함께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계엄사령관은 지역계엄의 경우 국방부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전국계엄의 경우 등에는 대통령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국힘당, “야당이 국민 선동한다”
야당이 계엄령을 의심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근거도 없고 현실성도 없고 오로지 상상에 기반한 괴담 선동”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민주당이 괴담 선동에 목매는 이유는 결국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일관된 목표인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결집’,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 정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나라
반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 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니냐"라고 일갈했다.
법에는 국회의원 과반이 계엄 해제 요구를 하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해제해야 하지만, 그 전에 계엄군이 각종 구실을 붙여 야당 의원을 체포, 구금해 버리면 해제도 할 수 없다. 국민들이 이에 저항하면 또 각종 구실을 붙여 체포, 구금할 수도 있다. 즉 계엄이 내려지면 법도 여소야대도 아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설령 계엄이 선포되어도 국정 지지율이 20%대 초반인 경우 군인들도 돌아설 수도 있다. 어느 군인이 자신의 부모 형제에게 총부리를 겨누겠는가? 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게 한국의 역사였으므로 모두 수구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