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 '명태균 게이트' 수사기록 입수... 윤석열 범죄 증거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을 일으킨 지 어느새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한 달간 우리 사회에는 정말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응원봉과 촛불을 든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됐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핵심 세력도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그러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은 법원의 체포 영장도 무시한 채,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농성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관저 앞에 모여 ‘윤석열 친위대’를 자처하는 일도 있었죠. 윤 대통령은 이렇게 여당 의원들과 일부 극우 세력을 방패삼아, 무한정 시간을 끌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명태균 게이트’ 덮으려고 내란 일으켰나?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두고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스타파는 최근 12.3 내란의 배경 중 하나인 ‘명태균 게이트’ 사건 수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지난해 9월경 명태균 게이트 사건이 불거진 이후, 검찰은 명태균 씨와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4일 수사 결과를 정리해 수사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같은 달 24일 윤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윤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킵니다.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1월 4일 : 검찰, 명태균 게이트 수사보고서 작성
11월 24일 : 윤석열, 김용현에게 명태균 게이트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 발언
12월 3일 :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즉 11월 4일부터 24일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수사보고서를 보고 받았고, 이후 내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걸까요?
이 보고서에는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 나눴던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280여 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증거도 발견됐는데요. 이번 주 ‘타파스’에서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내용을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적시된 윤석열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
명태균 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 중에서 오늘 살펴볼 의혹은 여론조사 조작과 공짜 여론조사 제공 의혹입니다. 사실 이번에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명태균 씨의 대선 캠프 인사 개입 등 여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담겨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공짜 여론조사’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치명적인 의혹으로 꼽힙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현행법상 정치자금 부정수수에 해당하기 때문이에요.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측에 공짜 여론조사를 제공한 정황을 여러 차례 보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단순한 정황 증거뿐 아니라, 공짜 여론조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물증이 있었습니다.
바로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여론조사 보고서를 보낸 사실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통해 드러난 것이에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21일 저녁, 명태균 씨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에게 “국민의힘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 자료” 라며,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린다” 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1분 뒤 명 씨는 실제로 ‘대선조사 결과보고서’라는 제목의 pdf 파일을 보냈는데요. 윤석열 후보는 이 메시지와 파일을 확인한 뒤 “그래요” 라고 대답합니다. 윤석열 후보가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또 당시 명 씨는 윤석열 후보뿐만 아니라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중에는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는 물론, 명 씨가 조작을 지시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도 포함돼 있었어요.
위 사진에서 명태균 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2021년 9월 4일자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전송하면서, “어제 조사한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린다” 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별다른 의문 없이 “네” 라고 대답했어요.
앞서 뉴스타파는 2021년 9월 3일 명태균 씨가 진행한 비공표 여론조사가 조작된 사실을 최초 보도한 바 있습니다. 즉 위에서 명 씨가 김 여사에게 보낸 파일은 조작된 여론조사 보고서인 것이죠.
이처럼 명태균 씨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확인 결과,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식 자료에는 명태균 씨 측에 지급된 여론조사 비용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즉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명태균 씨로부터 공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정치자금 부정수수에 해당합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에게는 내란 혐의에 이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더해지게 됐습니다.
검찰, 윤석열 범죄 증거 확보하고도 ‘침묵’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검찰이 이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지난해 11월 4일이었습니다. 즉 11월 4일에는 검찰도 윤석열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검찰은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명태균 여론조사와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라는 거짓말을 늘어놨습니다. 급기야 12월 3일에는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기까지 했죠.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백한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도록 방치했습니다. 심지어 12.3 내란에 이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침묵하기만 했습니다.
만약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수사보고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대체 언제까지 침묵할 생각이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지금 한남동 관저에 있을 윤석열 대통령은 아마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다고, 곧 대통령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검찰은 침묵하고, 여당 의원들은 친위대를 자처하고, 극우 지지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온 국민을 대표하는 것처럼 소리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비상계엄을 막아낸 것처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것처럼, 헌법재판관 두 명이 임명된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 역시 머지않아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 말이죠.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농성전’이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점점 피로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저도 뉴스를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답답함에 가슴을 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쳐서 눈을 감거나, 끝내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저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들의 범죄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고 보도하겠습니다.
끝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179명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부디 안전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뉴스타파 [명태균과 윤석열·김건희, 그들의 카톡] 특집 기사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