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삼권분립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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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삼권분립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윤석열 대통령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5.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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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긴급조치권과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

임기를 3년을 남겨 놓은 윤석열 대통령의 권력행사는 대통령인지 제왕인지 헷갈리게 한다. 박정희를 따라 배워서 그럴까. 윤 대통령의 권력행사 스타일은 유신헌법을 만들어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 위에 군림해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박정희는 18년 집권기간 동안 헌법을 3차례 개헌하고, 전체 10번의 계엄령 중 4차례나 선포했다. 뿐만아니라 긴급조치권을 아홉 차례나 행사하다 마지막 7차 개헌(유신헌법) 때는 아예 헌법 부칙에 지방의회 구성을 통일될 때까지 보류한다고 못박아 대한‘민국’을 말만 민주국가인 ‘제국’으로 바꿔놓았다.

 

■ 박정희의 긴급조치를 닮은 윤석열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정희 추도식에 참여해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하셨다”며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산업화의 위업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분의 혜안과 결단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윤석열은 재임기간 18년간 아홉차례나 긴급조치권을 행사한 박정희를 닮아 이승만 다음으로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 윤석열은 이승만의 거부권행사 기록를 깰 것인가

집권 3년째를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이승만 다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다. 김건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특검까지 거부한다면 역대대통령 중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검찰총장을 역임한 윤 대통령은 헌법 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근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몰라서일까.

 

■ 헌법도 민주주의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민의힘 수도권·대구·경북 총선 당선인들과 만나 “헌법의 권한에서 여당을 돕겠다”며 “예산 편성권이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적극 활용해 협상력을 야당과 대등하게 끌어올리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수 여당이지만 위축되지 말라”고도 했다.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회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 장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당에 거부권을 대야 협상 카드로 쓰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초헌법적 초민주적인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거부권을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 재의요구권(거부권)이란 무엇인가

거부권('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로, 정식 명칭은 재의 요구다. 이같은 방식의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은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유일한 견제 수단으로 발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대통령 거부권(40조)을 보장해 왔다. 단, 의원내각제였던 5대 국회에서는 거부권이 참의원(상원)에 부여된 바 있다.

현행 헌법 53조에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며,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대통령이 15일 안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법률안을 수정해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법안의 체계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으며, 국회가 정부로 넘겼던 원안에 대해서만 재의가 이뤄질 수 있다.

■ 역대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 행사

대통령의 거부권은 제헌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현재까지 총66건 행사되었으며, 이 중 절반(33건)은 국회에서 법률로 최종 확정되었다. 헌정 사상 가장 거부권을 많이 행사한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45건이다. 혼자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자신을 지원해준 한국민주당과 척을 지면서 국회와 극한 갈등을 벌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12명 중 윤 대통령 이전에는 거부권 대상 법안 기준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소야대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거부권 행사 빈도가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를 요구(거부권 행사)하면서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모두 68건이 됐다.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에 대통령 거부권 조항이 명문화된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5건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의 약 75%가 권위주의 정권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한다는 이른바 ‘택시법’(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만 한차례 거부권을 발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 시행령 등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2건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차례도 쓰지 않았다.

 

■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취임 후 9번째 거부권 행사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한번 갱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취임 1년 8개월 만에 총 5번,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해당 법안을 모두 국회로 돌려보냈다.

양곡관리법 이후에는 '간호법 제정안(5월 16일)', '방송 3법'에도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올해는 1월이 채 지나기 전에 이른바 '쌍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등 3건의 법안을 거부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 전례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로 이미 역대 최다 기록을 뛰어넘었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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