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자유민주주의' '공산전체주의 유령' 논쟁 언제 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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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자유민주주의' '공산전체주의 유령' 논쟁 언제 그치나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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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한마디에 교과서까지 바꾸나

"'공산전체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공산주의면 공산주의지 공산전체주의란 어떤 주의인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로 규정했다.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과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중고등하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를 또 바꾸겠단다. 2025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다시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들어간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부분 개정해 2020년 배포한 교과서부터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모두 없앤 지 5년 만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9일 공개했다.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2025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중고교 역사교과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세 군데에 명시된다.

당초 교과서 역사과 개발 연구진이 고교 한국사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표현했던 것을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바꾼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민주주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사용됐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두 가지 용어를 혼용했다.

 

■ 자유민주주의란 어떤 민주주의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니는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인데 그냥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다르다. 민주주의(Democracy)가 권위주의, 전체주의, 군국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민주주의는 전제 정치(Autocracy), 군주제(Monarchy), 과두제(Oligarchy) 등과 대립되며, 권위주의적 사상들과 대립하는 개념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지상주의이다. 민주제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뜻하며, 꼭 자유롭지 않고 폭압적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양립불가능한 개념이 아니며, 파시즘과 같은 대중독재체제도 있다. 이렇게 자유주의가 부재한 민주주의는 비자유민주주의라고 불리며, 자유민주주의와 대립된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기초로 지은 집이다.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나라’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란 ‘공장, 농장, 기타 생산 자원은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소유’하고 ‘돈, 사회적 지위, 권력에 기반한 계급 구조가 없는 계급없는 사회’, 그리고 ‘개인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생산된 결과물은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사회주의 전단계의 경제체제다.

“'공산전체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 말 중의 한 구절이다. 윤석열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을 지적하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의 대립 구도를 못 박았다. 그리고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 사회주의는 어떤 체제인가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예: 공장, 농장, 기업)이 개인 소유가 아닌 공동체 또는 사회 전체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적 소유와 임금 노동의 개념에 대한 반대로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사회다. 사회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삶의 필수품과 자원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누진세(累進稅), 사회 복지 프로그램, 노동조합 권한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루겠다는 체제로 사회주의 전 단계인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주의는 ‘중앙 계획 경제가 비효율적이고 혁신을 저해’하고 권위주의적이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폭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평등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국가들은 ‘경제적 불평등, 기후 변화, 글로벌화와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란...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 체제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굳이 ‘자유민주위’란 표현을 삽입한 이유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면서도, 북한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론 정경유착과 시장만능주의에 기반한 약육강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공과 반북, 개발독재라는 이데올로기를 가리는 허울로 작동해왔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란 자유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사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자유주의와 정치적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이념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로서의 민주주의를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유민주주의란 인민 민주의(프롤레타리아)에 반하는 부르주와 민주주의다.

 

■ 민주주의 반대말은 공산주의 아니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이나 경제체제를 말한다. 민주주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민주주의는 정치, 공산주의는 경제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민주공화국, 자유시장경제 체제다. 시장경제체제인 자본주의는 경제적인 성장과 번영, 기술혁신,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폭 확대, 사회적 다양성과 같은 장점도 있지만 불평등심화, 경제 불안정, 환경파괴, 사회적 소외, 윤리적 문제 등 수많은 부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유럽의 스웨덴,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와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중간적인 형태인 사회적 평등과 자유 시장 경제를 조화시키려는 사민주의를 채택,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복지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 20대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에도 없는 ‘자유민주주의’, 사전에도 없는 ‘공산전채주의’로 모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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