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95] 김용현 국방부장관 인선과 윤석열의 3가지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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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95] 김용현 국방부장관 인선과 윤석열의 3가지 의도
  •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4.08.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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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  © 대통령실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외교안보 분야 인사이동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신설된 외교안보특보로 옮겨갑니다. 이 가운데 특히 김용현 경호처장의 국방부장관 인선에 관심이 모입니다. 대체 윤 대통령은 무슨 의도일까요?

 

계엄 준비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용현 국방부장관 지명을 두고 ‘탄핵 대비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며 “집권 경험이 있는 수권정당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마라”라고 경고했습니다. 

여당에서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발끈했지만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권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계엄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탄핵 위기에 몰린 윤 대통령이라면 충분히 준비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28일 새벽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는 중에 계엄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후 8월 11일 유튜브 ‘유용화의 생활정치’에 출연한 박 의원은 “조현천 기무사령관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막상 탄핵이 돼버리면 좌우 진보와 보수의 어떤 충돌이 있을 것이다. 그때 군이 나서야 한다’는 대비 계획을 세웠다”, “혹시 1980년 같은 상황이 나오면 자기들이 비상계엄 내지는 일반 계엄으로 투입이 돼서 사실상의 정권을 장악하는 계획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박근혜 정권 당시 계엄 계획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때를 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박 의원은 탄핵이 통과될 때를 대비했다고 말한 것입니다. 사실 계엄으로 친위쿠데타를 하려는 세력이라면 탄핵이 통과되든, 기각되든 계엄을 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계엄이란 국가 비상 상황에서 군대를 동원해 치안과 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입니다. 계엄에 관한 내용은 헌법 제77조와 계엄법에 나옵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변’이란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경찰력으로는 막을 수 없어 무력을 쓰게 되는 난리를 뜻합니다. 

계엄에는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이 있는데 비상계엄은 행정, 사법 기능이 마비될 때 발동하고 경비계엄은 치안을 확보할 수 없을 때 발동합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영장 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계엄에서 국방부장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첫째, 국방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습니다. 

독재정권을 연장하고 국민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을 건의했다가 실패하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계엄을 건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국방부장관 후보자 김용현은 충암고 출신으로 윤 대통령 1년 선배, 행안부장관 이상민은 충암고 4년 후배입니다. 둘 다 윤 대통령에게 절대 충성하는 자들로 유명합니다. 이들이라면 계엄을 건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이 건의해서 계엄을 실시하는 게 윤 대통령 처지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국방부장관이 추천한 사람들을 계엄사령관, 부사령관으로 임명합니다. 

원래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시기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이하 줄여서 ‘박근혜 계엄령 문건’)을 보면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지목했습니다. 아마도 장 총장이 박근혜에게 가장 충성할 인물로 보였나 봅니다. 

이런 식으로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친위쿠데타이니만큼 계엄사령관은 철저히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를 인물로 골라서 임명할 것입니다. 

셋째, 국방부장관이 계엄사령관을 지휘, 감독합니다. 

전국에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이 직접 지휘, 감독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계엄을 선포하면 국방부장관이 계엄사령관 지휘, 감독을 맡게 됩니다. 

이처럼 계엄에서 국방부장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가장 믿을만한 사람으로 김용현을 고른 것으로 보입니다. 

5.16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자기도 쿠데타로 쫓겨날까 봐 1968년 육군 방첩부대를 보안사령부로 개편하고 쿠데타 방지 임무를 주었습니다. 군인들의 동향을 파악해 쿠데타 움직임을 사전에 적발하겠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군대 내 정보를 틀어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를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보안사의 후신인 기무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도 군대 내 쿠데타 움직임을 적발하는 게 기본 임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현 방첩사령관인 여인형 중장은 충암고 출신으로 윤 대통령 9년 후배입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10년 후배이기도 합니다. 쿠데타 방지는커녕 죽이 잘 맞을 것만 같습니다. 

계엄을 실시하려면 촛불집회만으로는 안 되고 좀 더 그럴듯한 명분도 필요합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 당시인 2017년 3월 12일 신무연 강동구의회 구의원(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지지자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화염병을 경찰에 던져 계엄령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미 시기를 놓쳐버렸다”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구의원이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계엄을 추진하는 세력의 누구라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장에 잠입한 요원이 경찰에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식으로 탄압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말 이들이 계엄을 선포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박근혜 계엄령 문건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없도록 막을 것입니다. 

헌법 제77조에 따라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이를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 구성을 보면 계엄을 선포하면 곧바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할 것입니다. 

이를 막을 방법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군대를 투입해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 감금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체포, 구금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야당 국회의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입니다. 

최근 윤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을 하는 사람을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 “검은세력”이라고 주장하며 자기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을 때려잡을 것처럼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계엄 선포 후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할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박근혜 계엄령 문건에는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고정간첩 등 반국가 행위자 색출 지시’ 등을 발령하여 야당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검거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다음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검열할 것입니다. 

박근혜 계엄령 문건에는 모든 언론을 사전 검열하는 검열단을 구성하고, 각 지자체 공보실에 검열소를 설치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또 검열 조치에 계속 걸리거나 반발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정지나 등록 취소를 하고 신문도 폐간시킵니다. 심지어 모든 방송사를 KBS로 통폐합하는 구상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SNS도 접속을 차단합니다. 

또한, 군사력을 동원해 윤 대통령 반대 집회를 진압할 것입니다. 

박근혜 계엄령 문건에는 촛불집회 진압을 위해 서울에만 육군 20기계화보병사단, 30기계화보병사단, 육군 1공수특전여단을 투입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공수부대와 탱크, 장갑차를 투입해 대학살을 벌일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이 밖에도 대규모 조작 사건을 일으켜 윤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당, 단체, 인사들을 탄압할 것입니다. 야당, 민주진보개혁단체들 안에 ‘간첩단’이 잠입했다는 식으로 터뜨리면 계엄의 명분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1980년 5월 17일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일당은 ‘북한의 사주를 받아 내란을 준비’했다는 명목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 학생운동가들을 대거 체포했습니다. 전두환 일당은 이들을 두 달 동안 고문해서 내란음모로 기소했고 재판부는 물증도 없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금 쿠데타를 준비하는 이들은 이런 일을 또 하고 싶을 것입니다. 

계엄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니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계엄을 풀 준비를 할 것입니다. 계엄을 풀기 전에 먼저 총선을 다시 해서 국힘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도록 국회 구성을 바꾸려 할 것입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제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와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할 것입니다. 

나아가 헌법을 고쳐서 제2의 유신독재를 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주던 유신헌법이 무척 부러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사실 망상에 가깝습니다. 과거 군부독재자들이 계엄을 선포하고 친위쿠데타를 하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국민의 민주 의식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저런 게 먹힐 수가 없습니다. 

총칼로 위협한다고 국민이 물러서지 않는다는 건 1980년 5.18광주항쟁과 1987년 6월항쟁에서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이제는 지휘관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해도 병사들이 따르지 않습니다. 간첩단 사건으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탄압하려는 시도 역시 통하지 않습니다. 언론과 인터넷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2023년 12월 6일 YTN 보도 「2000년 이후 쿠데타가 불가능한 이유...현역 사단장이 말한 5가지」에 따르면 ▲휴대전화 때문에 보안 유지가 안 되고 ▲교통체증 때문에 서울 시내에 군사 장비가 빠르게 이동할 수 없고 ▲언론을 장악해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고 ▲다른 사회 부문보다 군이 앞서 있지 못하고 ▲이런 사실을 군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계엄이니 친위쿠데타니 하는 건 적폐세력 내 극소수 ‘꼴통’들의 실현 불가능한 망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탄핵 위기에 몰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윤 대통령은 망상일지라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쟁 준비

탄핵 위기에 몰린 윤 대통령이 전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퍼져있습니다. 전쟁을 핑계로 임기가 끝났지만 대선을 연기하고 버티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국민의 퇴진 요구를 묵살하고 버티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윤 대통령의 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을 하기에는 몇 가지 제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이 막으면 윤 대통령은 전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북한과 전면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비핀 나랑(Vipin Narang) 국방부 수석차관보 겸 우주 정책 담당 차관보 대행은 8월 1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올해는 금세기 미국 핵정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회고하면서 특히 “핵,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화하며 개선하는 북한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거라는 우려는 이미 여러 미군 관계자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은 북한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전쟁도, 경제 봉쇄도, 정치 공작도 추진합니다. 다만 지금은 본토 핵공격 위험 때문에 전면전을 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전쟁은 미국 본토와 주한미군이 다치지 않는 전쟁입니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게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국지전, 그것도 최전선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벌어지는 국지전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고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연평도 포격전이 가장 유사한 사례일 것입니다. 

윤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미국을 설득할 것입니다. 연평도 포격전 수준으로 국군만 동원해서 국지전을 할 테니 승인해달라는 것이겠지요. 

국지전에서 이기면 좋지만 져도 상관없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봅시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천안함은 북한군이 몰래 어뢰를 쏴서 격침한 사건입니다. 즉, 우리 군이 참패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 희생자, 관계자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반북 여론몰이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지전에서 지더라도 정권이 이를 활용할 방법은 많습니다. 국지전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윤 대통령을 위해 전쟁의 총대를 멜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군대가 상명하복 집단이라고 해도 전쟁을 하려면 그만큼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이 강한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공개적인 지원이 없을 것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단 한 마디의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입틀막’을 한 김용현 경호처장이 맞춤한 인물입니다. 김용현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군사작전 펼치듯 주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용현 인선을 두고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용현도 “통수권자이신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힘을 기초로 한 확고한 안보 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김용현 국방부장관 인선은 전쟁을 위한 포석이라 하겠습니다. 

 

독자 핵무장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도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고 안보 분야에서는 앞서 다룬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독자 핵무장입니다. 

6월 27일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자 핵무장을 찬성하는 답변이 66.0%나 나왔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독자 핵무장은 항상 과반이 나옵니다. 70%를 넘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기를 얻기 위해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지난 국힘당 당대표 선거 당시 나경원 의원이 “핵무장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동훈 대표도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추는 데까지는 나아가야 한다”라며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6월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보고 조선일보도 25일 사설을 통해 “이제 한국 정부도 핵무장 논의를 더 이상 금기시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분위기를 만드는 걸 보면 윤 대통령도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 역시 미국의 승인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입니다. 미국은 1970년대 박정희의 비밀 핵개발 이후 한국을 의심하며 촘촘한 감시망을 세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미국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반대합니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면 일본도 용인해야 하는 ‘핵개발 도미노’가 발생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보입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핵개발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가 집권하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가 될 것으로 지목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더 나은 옵션을 찾을 수 없다면 ‘우호적인 핵확산’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7월 9일 발표한 보고서 「미국 대선에서 북한의 중요성」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울을 달래기 위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허용하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승인할 수 있다”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며 윤 대통령은 잘하면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지는 못해도 묵인하는 것까지는 가능하리라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을 설득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완전히 저자세로 나서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게 이와 관련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원하고 있고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한일군사동맹입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일본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면서 대신 미국에게서 핵개발을 승인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또 미국이 우려하는 ‘핵개발 도미노’에 관해서도 자기가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아니라면 윤 대통령의 최근 친일매국 행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누가 봐도 지지율을 깎아 먹으며 윤 대통령에게 손해인데 왜 저렇게 막무가내로 친일매국노를 자처하나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문제가 걸려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윤 대통령의 친일매국 행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입니다. 윤석열 정권 초창기부터 친일 정책을 입안한 핵심 인물로 꼽히며 최근에는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망언으로 자신의 친일매국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낸 자가 바로 김태효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김태효를 두고 ‘대통령실에 암약하는 일본 밀정’이라 부릅니다. 

실제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보다 윤석열 정권 내내 국가안보실 1차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태효가 외교안보 실세로 보입니다. 

많은 이들이 김태효를 친일파로 분류하며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로 생각하지만 사실 김태효는 미 정보기관의 앞잡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태효는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으며 미국 비밀외교전문 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도 등장합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이었던 김태효는 2008년 12월 15일 조셉 윤 주한 미 대사관 공사참사관을 만나 대북 강경책을 다짐했습니다. 다음날 주한 미 대사관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 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북한은 자국에 우호적인 한국 언론매체들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2023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용산 대통령실 등을 도청한 내용이 폭로되자 김태효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라며 미국을 비호했습니다. 

이런 김태효가 친일매국 정책을 입안했다면 그건 미국이 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하는 한편으로 핵개발을 할 책임자도 물색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김용현이 떠올랐습니다. 

김용현은 숭실대 초빙교수 시절인 2020년 5월 언론 기고에서 “우리는 핵무장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다”라며 “내부적으로는 ‘플랜B’를 가동해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라고 하여 비밀 핵개발을 주장했습니다. 2020년 6월 한 강연회에서도 “핵무장 없이 우리의 생존과 미래는 없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핵개발에 따른 경제제재에 관해 “미국은 같은 이념의 나라가 핵무장을 할 때 경제 제재를 아주 가볍게 했거나 아니면 아예 안 했다”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김용현은 2021년 1월 6일 중앙일보 칼럼에서도 “자위권적 핵무장 카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지난 8월 16일 출근길에 기자가 독자 핵무장에 관해 질문하자 “모든 수단과 방법은 열려 있다”라며 생각의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김용현을 국방부장관에 앉히고 본격적인 핵개발을 해보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윤 대통령은 일단 핵개발 선언을 통해 정국을 뒤흔들고 지지율을 높이려 할 수 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2023년 4월 30일 중앙일보 대담에서 “한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물질 추출 기술과 레이저 농축 기술, 핵개발을 위한 기폭·유도장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기술적으로 6개월 안에 20킬로톤급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빠르면 윤 대통령 임기 안에 핵시험도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핵개발을 선언하고 핵시험을 단행하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상당히 난감한 처지가 됩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기존 정책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독자 핵개발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여론은 핵개발 찬성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 대표와 민주당이 민심과 동떨어지게 됩니다. 또 ‘평소에 자주국방을 주장하더니 왜 독자 핵개발은 반대하느냐’는 반박에 논리가 꼬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도 인정하는데 왜 반대하나. 북한이 핵위협을 하는데 핵개발을 반대한다니 그럼 북한 편인가’ 하는 색깔론 공격도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핵개발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을 능히 이길 수 있다고 볼 것입니다. 

* * *

지금까지 김용현 국방부장관 인선에 관한 윤 대통령의 의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윤 대통령의 생각일 뿐이며 모두 망상에 불과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처지에서 윤 대통령은 뭐든 하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해 미국과 일본은 호구에게서 최대한 많이 뽑아먹으려 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의도로 추정되는 세 가지 모두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익을 크게 해치는 걸 넘어 국가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들입니다. 윤석열 탄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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