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140] 미국이 북핵 위협에서 벗어나려면…개버드 청문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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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40] 미국이 북핵 위협에서 벗어나려면…개버드 청문회를 보고
  •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5.02.01 10: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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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에 관한 상원 인사청문회가 1월 30일 열렸습니다. 

국가정보국(DNI)은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지휘하는 기구로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자문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부서입니다. 

개버드 지명자의 이력은 대단히 특이한데 하와이 출신으로 20년 넘는 미군 복무 경력이 있고 쿠웨이트에 파견 간 최초의 여군으로 미국, 독일, 쿠웨이트 등 여러 나라에서 훈장을 받은 예비역 중령입니다.

또 하와이주 4선 하원의원으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까지 출마했지만 민주당에 실망해 지난해 탈당하고 공화당에 입당했습니다. 그는 네오콘이 주도한 전쟁을 반대하며 대러 제재도 반대하는 등 미국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드문 주장을 하는 인물입니다. 

▲털시 개버드. [출처: Congresswoman Tulsi Gabbard]
▲털시 개버드. [출처: Congresswoman Tulsi Gabbard]

개버드 지명자는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북한 문제에 관한 여러 의견을 밝혔습니다. 

먼저 “향후 5년 동안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국가정보국이 관할하는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뜻함)가 관심을 가져야 할 국가 안보에 대한 주요 위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슬람 테러의 국내 위협, 잠복 중인 공작원, 수백만 명의 알려지지 않은 불법 이민자 유입이 국내 안보에 미치는 영향 ▲중국·러시아와 같은 국가와의 전략적 경쟁 ▲세계 경제 문제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의 사이버 보안 위협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와 핵개발에 가까워지는 이란 ▲국제 조직범죄 및 마약 신디케이트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 등”이라고 답했습니다. 

다음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우선순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미국의 대북 정책 우선순위는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위협을 줄여 우리의 국가 안보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은 긴장을 완화하고 갈등을 예방하며 북한이 일으키는 안보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끝으로 “북한은 미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과 같은 도발적인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국가 안보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평가는?”이라는 질문에 “인생의 대부분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보낸 나는 고향인 하와이가 북한의 타격 능력 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 및 핵무기 능력 증강으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해 매우 특별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답했습니다. 

개버드 지명자의 답변에서 몇 가지 주목해서 볼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바이든 정부의 인사들도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을 위협한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표현을 쓴 것을 고려하면 더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바로 다음 내용과 연결됩니다. 

둘째, 북핵 문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CVID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북핵 문제 해법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뜻하는 CVID입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뜻하는 FFVD가 등장했지만 사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해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개버드 지명자는 북핵의 위협을 ‘없애자’고 하지 않고 ‘줄이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장기적인 해결’ 과제로 넘겼습니다. 북핵 폐기, 즉 CVID를 포기하고 핵동결 수준에 만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과 타협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북핵 해법과는 다른 결입니다.

개버드 지명자가 말하는 ‘북핵 위협’이 기존의 ‘북핵 위협’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핵폐기를 요구하지 않고 서로 위협만 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셋째, 하와이 출신으로서 하와이가 느끼는 북핵 위협을 강조했습니다. 

개버드 지명자는 하와이주 하원의원 시절에도 하와이가 느끼는 북핵 위협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2018년 1월 13일 하와이주가 실수로 탄도미사일 경보를 발령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하와이 주민들은 당연히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온다고 여겼고 오보로 판명 날 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개버드 당시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북한과 아무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북한과 협상에 실패한 대가를 하와이 주민들이 치르고 있다”라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 정권을 무너뜨려 온 전쟁의 역사가 북한 같은 나라들이 핵개발을 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은 핵무기를 정권 교체 압박에 맞서는 유일한 억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주장을 한 것인데 그만큼 하와이 주민으로서 느낀 공포감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청문회에 출석한 개버드 지명자.  ©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 청문회에 출석한 개버드 지명자.  ©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안보 관련 청문회를 할 때마다 북한의 위협에 관한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영국이나 일본 같은 다른 나라에서는 의원이나 기자가 북한의 위협에 관해 묻지 않습니다.

일본은 북한이 동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에 근접하거나 일본 상공을 통과할 때 일시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일상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미국은 일상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느끼며 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일까요? 바로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 코앞에 세계 최대 해외 미군기지를 건설해 놓고 일상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핵공격 훈련을 합니다.

올해에도 벌써 북한을 겨냥해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또 정권 교체, 체제 붕괴를 노리며 경제 봉쇄를 하고 외교적 압박을 합니다. 한국 탈북자 단체에 막대한 자금을 줘가며 대북 전단도 날립니다. 이처럼 자기가 일상적으로 북한을 위협하고 있으니 북한도 미국을 겨냥한 군사 행동으로 맞대응하는 것입니다. 자승자박(자기 밧줄로 자기를 묶는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7년 전 개버드 지명자의 요구대로 북한과 협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북한은 대북 제재 가운데 민간 영역을 해제하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에는 미국 전문가의 입회도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스냅백 조항도 수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스냅백 조항이란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하면 자동으로 대북 제재를 재개하는 것입니다. 미국에 무조건 이익인 제안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걸 받지 않았습니다.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핵시설도 더 폐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미국이 어리석다, 잘못 판단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이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눈앞의 큰 물고기를 놓친 셈입니다. 미국의 억지에 화가 난 북한은 다시는 이런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는 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던 셈입니다. 

이제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조건에서 다시 협상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때처럼 ‘적게 주고 많이 받는’ 협상을 하려고 해서는 아마 시작도 못 할 것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핵위협을 없애기 위해 미국이 먼저 북한을 위협하지 않아야 하며 그걸 결단하지 않으면 협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국의 처지를 보는 우리도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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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알놈아 2025-02-02 02:48:03
개쓰레기 빨갱이 새끼야. 대갈통을 부쉬기 전에 입닥쳐라. 간첩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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