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논설] ‘반국가세력’ 타령은 국지전과 계엄령 선포 시그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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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논설] ‘반국가세력’ 타령은 국지전과 계엄령 선포 시그널인가?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4.08.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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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의소리

윤석열이 친일 논란으로 합리적 보수층마저 돌아서자 이번에는 색깔론을 꺼내어 민주 진보 진영을 싸잡아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해 논란이다. 윤석열의 ‘반국가 세력’ 타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했던 3.1절 기념사와 8.15 기념사 때 단골 메뉴가 바로 반국가 세력이었다. 윤석열은 19일 국무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입니다. 국민 항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란 말이다. 그렇다면 간첩으로 잡아들이지 왜 가만히 있는가? 윤석열이 말한 반국가 세력은 기실 야당과 노조, 그리고 자신을 비판하는 일부 언론을 말할 것이다.

윤석열이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라고 말한 것은 전쟁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개전(開戰)이란 전쟁을 시작한다란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국가 세력이 북한과 동조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인데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윤석열이 국민 항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여차하면 계엄령을 내려 쓸어버리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입틀막’의 주인공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간다더니 아예 국지전이나 전쟁을 일으킬 모양이다. 박근혜 탄핵 때도 조현천이 계엄령 문구를 만들었다가 법정에 서야 했다.

 

정권 비판하면 반국가 세력인가?

윤석열의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반국가 세력에 대한 구체적 개념 규정과 실제 행동 사례 등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추상적으로 말한 것은 해묵은 색깔론을 일으켜 현 상황을 벗어나보고자 하는 꼼수로 읽힌다. 마음에 안 들면 증거라도 조작해 상대를 매장해버리는 검사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못된 버릇이 정권 조기 붕괴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을 붕괴시킨 국민들이 그따위 협박에 굴복하겠는가? 박근혜와 이명박을 수사해 구속시킨 사람은 윤석열 자신이다. 윤석열이 말한 반국가 세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야 6당

(2) 노조 운동가들

(3) 인권 운동가들

(4)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들

(5) 자꾸만 김건희 비리를 방송하는 민주 진영 유튜브들

현재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다. 국민 60~70%가 윤석열 정권에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국민 60~70% 이상이 윤석열에겐 반국가 세력인 셈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이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나도 반국가 세력인가?” 하고 불쾌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재 세력의 탄압에 내성이 길러진 국민들은 웬만한 협박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국지전 예고편?

웃기는 것은 윤석열이 국민들에게 항전하라고 주문했다는 점이다. 항전(抗戰)이란, ‘적에 대항하여 싸우다’란 뜻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말한 국민이란 누구일까? 30%의 지지자? 그런데 그들에게 반국가 세력에 항전하라고 하면 할까? 30%의 국민이 나머지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이라 여길까?

이렇듯 윤석열은 아직도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주변 참모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교언영색만 했다는 방증이다. 역사적으로 간신들에 의해 둘러싸인 군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금 용산에는 바른소리를 해줄 충신이 하나도 없다. 그저 눈감고 귀막고 벼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국가 세력은 광복 후 친일파가 자주 하던 말

'우리 사회에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윤석열의 발언에 야당이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국내 세력이 아니라 '북한'을 향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분명히 윤석열은 “우리 사회에”라고 말했다. 금방 들통 날 것도 변명하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윤석열이 저지르면 대통령실이 나서 수습하는 패턴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반국가 세력‘이란 말은 광복 후 친일파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자신들을 친일파로 모는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역진압하려는 꼼수다. 실제로 반민특위가 방해를 받았고, 노덕술 같은 악질 친일 경찰이 오히려 떵떵거리며 살았다. 김원봉 장군이 북한으로 가 돌아오지 않은 것도 노덕술 같은 친일 경찰이 처벌받지 않고 살아서다.

한때 남로당에 가입했던 박정희는 죽을 고비에 백선엽이 구해줘 살아났다. 백선엽은 만주 군관학교에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독립군을 때려잡는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다. 이는 백선엽이 말년에 일본에 머물면서 쓴 회고록에도 나타나 있다. 그런데도 수구들은 백선엽이 간도특설대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오히려 반국가 세력

윤석열 정권의 각종 실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것은 야당과 언론의 책무다. 이걸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해버린다면 국민 70% 가까이가 반국가 세력이 되어버린다. 이 어리석은 싸움을 왜 하려는 것일까? 혹시 일본을 믿고 그런 것일까. 유사시 자위대가 와서 도와줄 거라 믿는 것일까? 그 중심에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다”라고 한 김태효 한보실 제1차장이 있다. 그가 바로 야당이 말한 밀정 두목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다. 이를 악용하는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 체계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이 말은 여차하면 국지전을 일으키고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해보라. 정권 조기 붕괴만 앞당기게 될 것이다. 참고로 필자의 선친도 6.25 참전 용사로 화랑무공훈장 출신이다. 이런 나도 반국가 세력인가? 오래 살다보니 참 별꼴을 다 본다. 노조를 탄압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야당을 탄압하고 자기들 비리는 감추고 정적만 죽이는 윤석열 정권이 바로 반국가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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